평소처럼 고아원에 돌아온 태혁은 너무 놀라 가방을 떨어뜨렸다.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쌍둥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같은 얼굴이었지만 인상이 확연하게 달라 다른 사람인줄 알고 지나치려던 것을 권세일이 붙잡고나서야 알았다.
"네?"
분명 같은 목소리건만 다른 목소리만 같았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 태혁은 자기도 모르게 반문했다.
"만나서 반가워, 동생."
웃으며 건내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손을 마주 잡았다. 손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고아원을 나오고 두 달, 서태혁은 권세일과 사는 생활에 제법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지고 뭐고 없었다. 쌍둥이 형이자 동거인인 권세일은 한달의 반은 집에 없었다. 생활방식에 대해 조율할 동거인이 없으니 익숙해지고 말 것도 없었다. 태혁이 익숙해져야 할 것은 고독이었다.
숙제를 하던 태혁은 문득 시계를 보았다.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형"은 돌아오지 않을 모양인듯 했다. 태혁은 지금의 생활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다시 보지 못할 피붙이를 만나게 된 것은 좋았으나, 한 집에 살면서 이렇게 얼굴보기 힘드니, 이래서야 만나기 전과 다를바가 없었다.
태혁은 씻고 침대에 누웠다. 고아원이 그리웠다. 넉넉한 사정은 아니었지만 원장님도, 원생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같이 있으면 즐거웠고, 힘든 일이 있으면 모두 그 일을 함께 슬퍼했다. 하지만 이렇게 그리워해봤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태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내일은 "형"과 같이 아침식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한심한 바람을 꿈꾸며.